나는 예수회 입회 전 직장생활을 하며 1년여 충북 진천에 있는 회사 공장에서
근무한 적이 있었다. 성당이 가까운 관계로 나는 이따금씩 평일미사에 갈 수 있었다. 때는 추수가 한창인 가을이었는데, 하루는 본당 신부님께서
강론 중에 이런 말씀을 하셨다.
“얼마 전 한 나이 드신 어르신께서 성사를 보러 오신 적이 있었습니다. 농사일을 하고 계신 그분은
성사 보신지도 얼마 되지 않으신 분이었는데,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신부님, 제가 아직 가을걷이를 하지 못해 하느님께 죄를 지었습니다.’ 그
말씀을 듣고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어르신의 말씀이 제 귀를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 ‘가을걷이를 하지 못해 하느님께 죄를 지었다.’ 그렇다면
내가 해야 할 ‘가을걷이’는 무엇이며, 나는 내가 해야 할 ‘가을걷이’를 마쳤는가를 생각하며 반성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나
역시 이 이야기를 마음 깊이 새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내가 오늘 해야 할 ‘가을걷이’는 무엇이며, 나는 오늘 내 ‘가을걷이’를
마쳤는가? 또한 내 인생에서 내가 해야 할 ‘가을걷이’는 무엇이며, 나는 내 인생에서 내게 맡겨진 ‘가을걷이’에 충실하고 있는지를 생각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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