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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및 성찰

내 평화는 타인들에 의해 깨어지고 있다

by 손우배 2006. 1. 12.
TV에서 지구촌 관련 프로그램을 보면 종종 아프리카 산골 마을이나 방글라데시 또는 파키스탄과 같은 가난한 지역의 소식들을 접하곤 한다. 그저 밀림에서 나는 열매들을 거둬 먹고 밭을 경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 학교에는 갈 생각도 못하고 생계를 위해 어려서부터 아무것도 모른 체 그저 일만 하는 어린이들을 보면서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본다.

만일 내가 저 곳에서 태어나 평생을 저런 모습으로 살면서 같이 사냥을 하고 나무에 올라가 열매를 따고 사람들과 함께 춤추며 한 평생을 그렇게 살다가 간다면 어땠을까? 아마도 다른 세상에 대한 체험이 없기 때문에 그저 세상이 모두 이런 것이라 생각하며 그런 현실을 불평하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살았을 것이다. 나 역시 6,70년대에 어린 시절을 보내면서 가난한 주변 환경에 대해 불만이 있을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하는가? “어떻게 저렇게 살아갈 수 있을까? 인간의 기본적이 인권도 보호받지 못하는 저런 삶을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하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건 그저 나의 기우일 뿐 그들은 행복하게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나보다 훨씬 덜한 근심과 걱정을 가지고… 그저 내가 보는 기준은 문명의 혜택, 발전이라는 명분 아래 심각한 인격적 손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물질의 발전에 삶의 가치와 기준을 두는 그릇된 판단일 뿐인지도 모른다.

아프리카에 살고 있던 한 청년이 유럽으로 불법이민의 길을 떠났다. TV에서 보는 서양의 세상은 그에게는 별천지였으며, 그에게 아프리카는 저주 받은 땅이었다. 그래서 그는 한순간도 아프리카에서 더 이상 살고 싶지 않아 그곳을 탈출하기로 결심하였던 것이다. 아프리카에서의 평범했던 그의 삶에 평화를 깼던 것은 TV에 보여 진 세계였다.

우리도 종종 이와 같은 체험을 하곤 한다. 자신의 주어진 환경에 만족하고 그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살아가다가도 종종 주변 사람들과 나를 비교하여 상대적 박탈감에 가졌던 평화를 깨뜨리곤 한다. 내게 있던 평화가 주변 사람들에 의해 깨어지는 것이다. 이것은 자신의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우리의 마음 때문일 것이다. 물론 우리가 그 상황에서 멈춰버린다면 매우 소극적인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여기서 언급하는 것은 현재의 내 상황을 타인과 비교하지 않고 적어도 나의 출발점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우리가 내게 주어진 상황을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살아간다면 내게 평화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주변과 비교하며 자신의 몫이 아닌 타인의 몫을 욕망하면서 내게 있는 평화가 깨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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