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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및 성찰

나는 봉고차다!

by 손우배 2011. 2. 28.

승용차를 운전하고 고속도로를 달리다보면, 우리는 쉽게 화물 트럭이나 승합차를 만나게 된다. 보통 승용차가 110키로의 속도로 달리지만, 화물차나 승합차는 화물을 적재하고 있거나 성능이 승용차에 미치지 못해 80~100키로의 속도로 달리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승용차를 운전하고 고속도로를 달리다가 트럭이나 승합차를 만나게 되면, 으레 속도를 내어 추월하게 된다. 때로는 승용차의 속도로 달리고 있는 승합차를 만나도, 추월해야 된다는 생각에 우리는 가속 페달을 밟게 된다. 그러면서 승합차가 감히 승용차의 속도로 달리고 있다고 생각한다.

 

나 역시 이런 운전습관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수도원에 와서는 승용차보다는 승합차를 운전하는 경우가 더 많다. 따라서 승합차를 운전하고 고속도로를 달리다가도 내가 승합차를 운전하고 있다는 생각을 잊어버리고 자주 승용차의 속도로 운전하는 나를 보게 된다. 그러다 트럭을 만나거나 승합차를 만나게 되면, 나는 속도를 내어 추월을 한다. 때론 나와 같은 차종의 승합차를 만나도 나는 추월을 시도하게 된다.

 

그러다 문득 나는 생각했다. “참, 내가 운전하는 차가 봉고차구나!” 다른 승용차들이 나를 보면 승합차이기에 추월하고자 할 텐데, 나는 내 모습을 잊고 내가 승용차라고 착각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고속도로에 승합차를 운전하고 갈 때는 항상 마음속으로 되새기는 것이 있다. “나는 봉고차다!” 그리고는 속도를 승합차에 맞는 속도로 달리며, 다른 트럭이나 승합차를 만나도 굳이 추월하려하지 않고, 또 나를 추월하려는 차들을 추월하도록 한다.

 

어쩌면 우리 인생도 이런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자신은 승합차인데, 그런 자신을 알지 못하고, 자신이 승용차인줄 알고 때론 고성능 스포츠카인줄 알고 고속도로라는 인생을 우리는 달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그럴 때 나는 마음속으로 외친다. “나는 봉고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