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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및 성찰

하느님은 불공평하시다

by 손우배 2011. 3. 24.

정신지체아를 돌보고 계신 한 신부님께서 말씀하셨다. 신부님은 그들을 돌보면서 참으로 공평하다는 것은 사과가 있을 때 모두에게 똑같이 하나씩을 나누어 주는 것이 아니라, 두 개 먹고 싶은 사람에게 두 개를 주고, 한 개 먹고 싶은 사람에게 한 개를 주고, 먹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는 주지 않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서로 다른 이에게 똑같이 하나씩을 나누어주는 것은 오히려 불공평한 것이었다.

 

부모는 아이들이 무엇이, 얼마큼 필요한지를 알고 있다. 그런 아이들에게 각자의 성향을 무시한 체 똑같은 것을 똑같은 양으로 나누어준다는 것이 참으로 공평한 것인가? A를 원하는 아이에게 다른 아이와 같이 B를 주고, 하나도 버거운 아이에게 다른 아이와 같이 두 개를 준다는 것이 공평한가? 물론 아이는 A를 두 개 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부모는 잘 알고 있다.

 

아마 하느님께서도 이와 같으시리라. 그분께서는 우리 각자에게 참으로 필요한 것, 그리고 필요한 양을 잘 알고 계신다. 그러기에 그분께서는 우리들에게 꼭 필요한 것을 필요한 만큼 나누어주신다. 우리에게는 그것이 불공평하게 보이지만 실은 가장 공평한 것이다. 우리들 눈에만 하느님이 불공평하시고, 세상이 불공평할 뿐이다.

 

나는 그 신부님의 말씀을 듣고, “공평”하다는 개념을 다시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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