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호주에 관광비자로 와서 지내다가 삼수련을 위해 훈련비자로 바꾸려고 수속 중에 있었다. 헌데 접수한지 3개월이 지나고, 계속해서 새로운 서류를 요구하니 차츰 지쳐가고 있었는데, 이번에 요구하는 서류에는 아주 자세한 개인정보를 물어보며 영어시험까지 요구하였다. 마치 불법체류자나 범죄자로 의심 받으며, 시시콜콜한 사적인 정보까지 요구를 하니 자존심도 상하고, 이런 것까지 요구하는 것을 보니 비자 발급을 안 하겠다는 것처럼 보여 내 안에 화가 가시질 않았다. 결국 비자 발급이 되지 않아 삼수련 중간에 한국으로 돌아갈 수도 있는 상황이 되고 말았다.
도대체 마음이 산만하여 기도가 되지 않았다. 자존심도 상하고, 화도 나고 또 비자 때문에 돌아갈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기도하려 앉아 있으면 계속 그 생각 때문에 기도에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헌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내가 비자 발급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위대하신 분께 기도를 하고 있는데, 어찌 비자발급 같은 것이 하느님을 밀어내고 내 마음을 차지하는가? 그분은 온 세상의 주인이시며 지금 그런 크신 분께 기도를 하고 있는데, 내 감히 어찌 일상의 잡념에 산만하게 주의를 잃어버려 기도에 집중하지 못하는가?” 생각해 보았다. 마치 주님과 같이 있는데 파도가 밀려온다고 소스라치게 놀라는 제자들과도 같았다(마르코 4:35-41). 모든 일들은 그분 안에서 이루어 진 것이다. 그분께서 예측을 못하고 계셨다가 당신도 놀라 나를 지켜주기 위해 일하시는 그런 분이 아니다.
우리는 종종 기도할 때 이렇듯 세상의 근심걱정 때문에 분심 속에 기도하곤 한다. 나를 산만하게 하는 그 세상일보다도 훨씬 크신 분 앞에서 기도를 하면서, 우리는 그분보다 더 중요하게 세상일을 생각하곤 한다. 하지만 온 세상의 주인이신 그분께 기도할 때는 이미 세상일까지 모두 포함하고 있는 것이다. 그 모든 것을 통제하시는 그 분께 우리는 기도를 하는 것이며, 우리의 모든 근심걱정 역시 그분 안에 있다. 따라서 우리는 그러한 세상일에 분심을 갖기 보다는, 그저 그러한 세상근심을 있는 그대로 주님 앞에 내어 드리고, 그분께 기도를 드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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