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삼수련을 하고 있는 나는 어느 시골마을에 있는 예수회 피정집에서 30일 영신수련을 하였다. 우리는 피정을 끝내고 몇 명이 근처 마을에 있는 중국음식점에서 식사를 했다. 주인은 베트남에서 온 중국인인데 우리가 가톨릭사제라는 것을 알고, 자신들은 조상 때부터 불교를 믿어왔지만 가톨릭에 관심이 많다며, 성경을 읽고 싶은데 어떻게 구입하여야 하냐고 물었다. 시골이고 또 신자가 아니기에 어디서 구입하여야 하는 줄 몰랐던 것이다. 마침 피정집에서 성서를 판매하고 있기에 가져다준다고 하자, 그 주인은 고맙다며 책값을 지불하겠다고 했다.
우리는 그리 큰돈이 들지 않기에 며칠 후 성경을 가지고 가서 중국음식점 주인에게 성경책을 건네며 선물로 드린다고 했다. 주인은 책을 가져다 준 것도 고맙지만 선물로 건네준다고 하자 어쩔 줄 몰라 했다. 돈을 안 받는다는 우리들에게 주인은 포도주 한 병을 선물했다. 그리 큰일은 아니었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호의를 베풀고 함께 가진 것을 나누는 아주 가슴 훈훈한 순간이었다.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렇게 작은 수고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구나!” 사실 세상을 아름답게 만드는 데는 큰 수고도, 큰 비용도 필요하지 않다. 그저 우리 주변에서 작은 도움과 사랑을 서로 나눔으로 해서, 우리는 얼마든지 가슴 훈훈한 순간들을 만들고 세상을 아름답게 만들 수 있다는 생각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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