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나는 깊은
무력감과 좌절감 그리고 고독과 외로움 속에서 너무나도 보잘 것 없고 가난한 사람임을 느끼게 되었다. 그러면서 나는 예수님을 원망하였다. "늘
나와 함께 한다고 그러시더니, 이게 뭐야… 결국 아무것도 도와주시는 것이 없잖아! 도대체 나보고 어쩌란 말이야!"라며 나는 예수님께 화를 내며
짜증을 부렸다.
그 날이 마침 그 달의 첫째 목요일이라 나는 성시간 기도(매월 첫째 목요일 밤 11시 30분부터 12시 30분까지
한 시간 동안 겟세마니 동산에서 수난 전날 당신 아버지께 이 고난을 거두어 달라며 기도하시던 예수님의 고통과 함께 하는 기도)를 드렸다. 나는
기도를 하면서 "이것이 당신의 뜻이라면, 당신 뜻대로 하소서"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기억하였다. 십자가 고난에 앞서 너무나도 고통스러워하시며 그
고난을 거두어 달라고 애원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이 내게 너무나도 나약한 인간의 모습으로 비추어 졌다. 그리고 순간 새롭게 다가오는 것이 있었다.
예수님의 생애 중 인류 구원 역사상 가장 위대한 사건은 바로 십자가 위에서 너무나도 보잘 것 없이 나약한 모습으로 고통스럽게 돌아가신 그
모습이었다. 당신 구원의 가장 결정적인 사건을 당신의 가장 나약한 모습 속에서 이루신 것이다. 다시 말해,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나약함과 보잘 것
없는 모습을 통해 하느님의 영광을 드러내셨다.
나는 기도 드렸다. "주님, 만일 저의 이 어려움을 통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제가
알지 못하는 당신의 그 어떤 뜻을 이 세상에 이루시고자 한다면 저를 그 보잘 것 없는 당신의 도구가 되게 하소서. 그리고 저의 이 어려움을 통해
당신이 하시고자 하는 일이 꼭 이루어지기를 기도드립니다." 그렇다. 나는 이 기도를 통해 나의 나약함과 어려움 그리고 실패를 통해 일하시는
하느님을 알게 되었으며, 그것을 받아들이는 순간 내게 평화가 찾아 왔고 또 감사드릴 수 있었다. 나는 지금 주님께서 내게 무엇을 하고 계신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지금 주님께서 내게 무엇인가를 하고 계시다는 것은 확신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지금의 이 어려움을 없애 달라고 기도하기
보다는 이 어려움을 통해 당신이 하시고자 하는 당신의 계획이 이루지기를 기도드리며 나는 기꺼이 그분의 도구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주님, 이것이 당신이 원하시고 당신의 뜻이라면 그리고 이를 통해 당신의 뜻이 세상에 드러나고 당신의 영광이 드러난다면 또
이를 통해 이 세상에 하느님의 나라가 이루어진다면 저를 그 도구로 써 주소서. 당신께서는 제가 알지 못하는 어떤 계획을 저를 통해 이루시고자
하십니다. 비록 저는 그것을 알지 못하지만 이 어려움이 당신의 영광을 위하여 당신 나라의 건설을 위하여 필요함을 믿습니다. 당신은 우리 인간들을
통해 당신의 뜻을 이 세상에서 이루시고, 언제나 인간의 약함을 통해 당신의 영광을 세상에 드러내십니다.
물론 여기서 약함이라 함은
겸손을 의미한다. 그리고 그것은 하느님께 대한 신뢰를 의미하는 것이다.
분명 주님께서는 우리의 어려움 중에 함께 하실 것이며, 이
세상 그 누구보다도 우리를 안타깝게 여기실 것입니다. 그것은 하느님 나라의 건설을 위해 누군가 맡아야할 어렵고 힘든 역할을 우리가 맡았기
때문이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에게 무의미하게 십자가를 주시지 않는다. 그것은 당신의 뜻을 이 세상에서 완성하시기 위함이다. 그러므로 당신의 뜻을
이 세상에 완성하기 위해 누군가가 지어야할 십자가이고, 우리의 어려움과 부족함을 통해 주님께서 당신의 일을 하고 계신다면, 우리는 그것을 거부할
것이 아니라 기꺼운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그것은 주께서 나의 비천한 몸을 당신 도구로 사용하고자 하시기 때문이다. 이제 나는 나의
어려움을 통해 일하시는 하느님을 알았기 때문에 더 이상 나의 실패와 좌절이 두렵지 않았다.
그렇다면 하느님께서 당신 나라 건설을
위해 누군가 맡아야할 어려운 역할을 누구에게 맡길까 망설이고 계실 때, 우리는 “주님, 제가 있습니다”라고 기꺼이 응답해야 되지
않을까?
“오로지 당신만의 영광을 위하여…”
주여,
보잘 것 없이
떨어지는 낙엽 하나가
당신의 열매를 맺기 위한
작은 거름이 될 수 있다면
저를 그 보잘 것 없는 낙엽이 되게
하소서.
주님,
당신의 영광을 위하여
누군가가 패배해야 한다면
이 몸을 택하여 주시고,
당신의 영광을
위하여
남김없이 희생될 수 있도록
저를 도우소서.
주님이시여,
저를 위해 당신께서 계시지 마옵시고,
당신을
위해 제가 있게 하시어,
당신이 하시고자 하는 일을 위하여,
당신의 영광을 위하여,
제가 있게 하소서.
사랑하는
주님이시여,
제가 원하는 곳에 저를 두지 마옵시고,
당신이 원하시는 곳에 저를 있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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