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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 자료

영성생활의 밑거름: 감사

by 손우배 2006. 1. 9.
하느님께 감사하는 마음은 우리 영성 생활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하느님께 자신의 존재를 감사드리는 것은 곧 하느님께 찬미와 영광을 드리는 것이다. 이런 마음은 먼저 우리들의 겸손을 그 시작점으로 한다. 겸손한 마음을 갖게 될 때 우리는 감사하는 마음도 함께 갖게 된다. 교만한 사람은 감사할 수 없다. 하느님께 대한 감사의 마음은 끊임없이 우리를 위해 일하시고 당신의 사랑과 은총을 내어 주시는 창조주에 대한 피조물의 응답이며, 이러한 감사를 통해 우리는 창조주이신 하느님께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감사할 것인가? 우리 주위를 살펴보면서 감사할 것을 찾아보자. 사실 우리가 지극히 당연하다고 받아들이는 것에 우리는 감사할 것이 많다. 현재의 내 상황이나 위치 그리고 내가 소유하고 사용하고 있는 모든 것들, 자연으로부터 받고 있는 많은 혜택들, 내가 지금 존재하고 또 생각하고 있다는 것, 누군가를 사랑하고 또 사랑한다는 사실, 사회의 한 공동체의 일원으로 그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 등 어찌 보면 당연하고 또 하찮은 것으로 생각되어지는 것조차도 실은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것들이다. 우리는 이러한 것들을 아무런 생각 없이 그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러한 무딘 마음을 버리고 작고 보잘것없는 것에서부터 감사하는 마음을 찾아 나선다면, 우리는 성서의 표현대로 내가 무엇이기에 이토록 많은 사랑과 은혜를 받고 살아가는가를 생각하면서 우리 내면에서 우러나오는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될 것이다.

좀 더 우리 생활 주변에서 감사할 것들을 찾아보자. 숲 속을 거닐며 느끼는 자연의 아름다움, 높은 산에 올랐을 때 그리고 드넓은 바다를 보았을 때 느끼는 그 웅장함 그리고 그런 웅장함과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나. 지금도 나를 위해 온갖 것들을 끊임없이 내어 주고 있는 자연. 나를 위해 정성스레 식사를 마련해 주시는 어머니의 정성. 자신의 인생 모두를 희생하면서조차 자식들을 위해 헌신하시는 부모님. 나를 진심으로 아껴주고 사랑하는 나의 형제들. 내 식사를 위해 햇볕 따가운 들판에서 땀을 흘리며 일하는 농부들. 아침 출근 시간 내가 탄 전철을 운행하기 위해 일찍부터 수고를 아끼지 않으시는 기관사. 또 내가 보는 아침 신문을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땀과 노고가 함께 하였을까? 우리가 이처럼 마음을 무디게 같지 않는다면 많은 감사 속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때로 우리는 아침 창가에서 지저귀는 새 소리를 들으면서 감사함을 느낀다. 또 그 아름다움에 취할 수 있음에 감사드린다. 이것은 내 존재 자체에 대한 감사이다. 불과 100년 전까지만 해도 無였던 내가 지금 이렇듯 존재하고 생활하고 있다는 그 자체에 대한 감사이다. 개인적으로는 오늘 또 내게 하루라는 시간이 주어졌다는 것에 큰 감사를 드린다. 그것은 하느님께서 아직도 내게 기대하고 계신 것이 남아 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또한 내게 주어진 시간은 아직도 내게 회개할 시간이 남아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또한 이에 크게 감사하고 있다. 사실 우리가 주님을 찬미할 수 있는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감사하다.

우리는 우리가 생활하는 모든 것들 그리고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것들을 존재의 근원이신 하느님으로부터 받았다는 사실을 인정하며 이에 감사해야 할 것이다. 이것은 곧 우리 존재에 대한 감사이다. 생각해 보자. 그동안 하느님께서는 얼마나 나를 돌보아 주셨던가? 주님은 지나온 나의 역사와 함께 하시면서 얼마나 나를 위해 수고해 주셨던가? 또 하느님은 지금 이 순간에도 나를 위해 얼마나 많은 일을 하고 계신가? 우리가 이렇게 살아있고 또 느끼고 생각하고 그리고 당신을 생각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감사 드려야 한다.

그렇다면, 불행을 맞이하고서도 우리는 감사드릴 수 있을까? 구약성서의 욥기를 읽으면 욥은 자신의 처절한 상황 속에서도 주님을 찬미하고 주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린다. 언제인가 물에 빠진 친구를 구하려다 친구는 살리고 자신은 익사한 아들의 죽음을 하느님께 감사드리는 한 어머니의 놀라운 신앙을 본적이 있었다. 그는 자신은 하느님께 대한 믿음과 신뢰로 이 어려움을 벗어날 수 있기에 하느님께서 다른 사람이 아닌 자신을 택하신 것이라며, 그 친구 대신 자신의 아들을 거두어 가신 것에 감사드리는 것이었다. 사실 이러한 감사는 깊은 믿음이 없이는 힘든 감사이다. 하지만 이것은 아무리 어려운 상황에 처하더라도 주님께 대한 굳은 신뢰와 믿음을 갖는다면 우리는 평화를 가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우리는 고통 중에 있을 때 그 고통만을 보게 되지만, 실은 그 고통보다도 우리가 하느님으로부터 받고 있는 은총이 더욱 많다. 그것은 대부분 우리가 당연하다고 느끼는 것이기에 좀처럼 발견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볼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우리는 앞서 이야기 했듯이 작고 하찮은 것에서도 감사하는 마음을 찾을 수 있는 열린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또한 우리는 아무리 고통 중에 있더라도 엄밀한 의미에서 존재하고 있다는 그 은총만큼은 거부할 수가 없다. 물론 여기서의 존재는 육체적 존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보다 넓은 의미에서 우리의 영혼까지 포함된 우리의 전존재이다. 또한 우리들의 대부분의 고통은 우리들의 세속적인 욕망에서 기인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욕망들을 버릴 때 고통 또한 우리에게서 사라지는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우리가 어려움이라고 느끼는 것들이 은총인 경우도 종종 있다. 다만 우리가 그 참 뜻을 헤아리지 못한다거나, 우리의 마음이 부정적인 시각으로 사물을 바라보기 때문에 불행으로 생각되어 지는 것이다.

감사는 우리가 영적인 메마름을 느낄 때, 깊은 실망과 좌절 속에 있을 때, 어려움과 고통을 만나게 될 때 그리고 우리가 죄에 지쳐 있을 때 우리를 영혼의 어둠으로부터 탈출 시키는 훌륭한 안내자이다. 이처럼 감사는 우리들의 영적생활에 매우 중요한 요소이기에 이냐시오 성인도 ‘양심성찰’과 ‘영신수련’ 서두에서 먼저 하느님께 감사를 드리도록 우리들을 초대한다. 감사를 드리게 되면 우리는 아울러 하느님을 찬미하게 될 것이고, 하느님의 은총 앞에서 지나온 자신의 죄악에 깊은 통회의 눈물을 흘릴 것이다. 이러한 회심은 회심 그 자체에 머물지 않고 자신의 삶을 변화시켜 그리스도의 뜻을 따라 살고 또 그분을 본받으려는 마음에 더더욱 그 분 가까이 가게 될 것이며, 또 그 분의 구원 사업에 함께 협력하려는 강한 열정으로 불타오르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성 이냐시오 영신수련의 여정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들은 어렵고 힘든 때 일수록 먼저 하느님께 감사드릴 것을 찾는 지혜를 가져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