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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및 성찰

우리가 살아간다는 것 2

by 손우배 2005. 10. 4.
정신없이 달려가고 있는 한 사람에게 물어본다.
"당신은 왜 달리고 있습니까?"
"그건 나도 모르오. 다른 사람들이 달리고 있으니 나도 달리고 있을 뿐이오."
달리고 있는 다른 사람들에게 또 물어 본다.
"당신은 왜 달리고 있습니까?"
"나는 그저 달리기 위해 달리고 있을 뿐이오."
"나는 태어나면서부터 달렸고 지금도 달리고 있을 뿐이오."
"이유는 내 알바 아니오, 나는 그저 달릴 뿐이오."

언제인가 고향으로 내려가는 밤 열차에 오른 적이 있었다. 그 밤 열차 안에는 모두들 저마다의 삶을 지닌 체 열차에 몸을 싣고 있었다.
아무 말 없이 깊은 생각에 잠긴 사람, 술에 만취해 소동을 부리고 있는 사람, 서로 언성을 높여가며 논쟁을 하고 있는 사람들, 서로 사랑을 나누며 행복에 젖어 있는 사람들, 서로의 삶을 이야기 하며 환한 미소를 짓고 있는 사람들, 아무런 관심 없이 그저 잠들어 있는 사람 등 열차 안에는 온갖 삶의 형태들이 가득하였다.
나는 생각하였다. "한 시대 한 공간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 모든 사람들, 이 사람들은 인류의 역사라는 열차를 함께 타고 지금 어디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가? 또한, 저들은 그들이 어디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지 모두 알고 있을까?"

열차를 타고 있는 사람들에게 묻는다.
"당신은 지금 어디를 향해 가고 있습니까?"
저마다 자신의 목적지를 이야기한다. 하지만 나는 그들에게 되묻는다.
"그건 단지 이 열차의 경유지 아닙니까? 이 열차의 종착역은 어디입니까? 당신은 무엇 때문에 무엇을 위해 달리고 있습니까? 궁극적으로 당신이 추구하는 것은 무엇이며, 어디를 향해 달리고 있는 것입니까? 당신 열차의 종착역은 어디입니까? 당신은 그것을 위해 이 열차에 올라탄 것이 아닙니까? 그렇다면 당신은 아무런 이유도 없이 이 역사라는 열차에 몸을 실었단 말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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