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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 및 성찰

우리의 무지(無知)

by 손우배 2006. 11. 13.
얼마 전 “인간극장”이라는 TV 프로그램을 보았다. 36세의 치매를 앓고 있는 부인을 극진히 돌보는 한 남편의 이야기였다. 건강하게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지냈던 부인은 3년 전 갑자기 쓰러진 후 치매 판정을 받았다. 그 후 기억이 점점 흐려져 이제는 단추도 혼자 잠글 수 없을 정도로 혼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약을 먹기 싫어할 때는 오히려 6살 된 딸아이가 “엄마, 약 먹어야지”하며 엄마를 달래 약을 먹게 하곤 하였다.

남편은 이따금 건강할 때의 아내 모습을 찍었던 비디오테이프를 틀곤 한다. 비디오에 나타난 아내의 모습은 보통의 가정주부 그대로다. 아이들과 함께 어울려 노는 모습, 아이들을 사랑스럽게 안고 있는 모습, 때론 아이들을 야단치는 모습까지 모두 우리가 일상적으로 볼 수 있는 그런 가정과 전혀 다를 바 없었다. 그것을 보며 남편은 “저런 평범한 일상들이 얼마나 소중하였는지 이제야 깨달을 수 있습니다. 지금은 단 한 시간만이라도 저런 평범한 시간들을 다시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그때 항상 좋은 일만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때론 부인과 말다툼도 하였을 것이며, 또 부인은 아이들을 호되게 야단치기도 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그 조차도 얼마나 소중한 시간이었나를 남편은 깨달은 것이다.

남편의 말은 우리가 아플 때 쉽게 동감할 수 있다. 다리가 아파 걷지 못할 때 우리는 그저 남들처럼 걸을 수 있는 것조차 얼마나 큰 행복인가를 느끼곤 한다. 아마 우리가 이 세상을 다하고 뒤를 돌아본다면, 우리가 때론 지루하게 느끼는 하루하루가 그리고 힘들게 느껴졌던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웠는가를 깨닫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우리는 어찌 잃고 난 후에야 비로소 그 소중함을 깨닫는지 그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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