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TV 동물농장’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두 얼굴의 개, 공주’ 이야기를 시청했다. 얌전했던 공주가 언제부터인지 두 얼굴이 되어 돌연 집에 있는 가족들을 물었다가 또 얌전히 가족들 품에 안기는 것을 반복하였다. 그 집은 3대가 같이 사는 대가족인데, 그중에서도 가장 애정을 가지고 있는 어머니와 딸에게 오히려 더 공격적이었다. 그러면서도 공주와 함께하는 이유는 오래전 어머니가 공황장애, 우울증, 대인기피증 등으로 극단적인 상황이었을 때 공주를 처음 만나 마음을 치유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기에 그 고마움에 애정을 가지고 데리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잘해주어도 상황이 변하지 않아 ‘TV 동물농장’에 도움을 청하게 되었다. 제작진은 혹시 건강에 이상이 있나 동물병원을 찾아갔지만 공주는 지극히 정상이었다. 그래서 애견 훈련소장을 집으로 불러 상황을 관찰하도록 하였다. 소장은 다른 무리와 함께 있을 때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애견 카페에 보내 다시 관찰하였다. 그곳에는 순한 개들 10여 마리가 있었는데 공주를 우리에 넣어 사회성 부분을 점검하기로 했다. 처음엔 다른 개들이 공주에게 관심을 보였지만,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공주는 어울리지 못하고 도망만 다녔다. 그러자 다른 개들도 공주에게 더 이상 다가가지 않았다. 그것은 공주가 다가올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다 얼마 후 한 개에게 관심을 보이며 다가갔다. 자신이 원할 때만 먼저 누군가에게 다가가고 또 누군가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허락한다는 것이다. 내향적인 공주에게는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제작진은 자기 공간이 없는 공주에게 개집을 선물하여 언제든 자신만의 공간에 가서 쉬도록 배려하였으며, 가족들도 아무 때나 애정 표현을 하지 않고 공주가 스스로 다가올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그러면서 공주의 증상은 사라지게 되었으며, 프로그램은 “일방통행은 NO! 정말 사랑한다면, 적정 거리를 꼭 지켜주세요!”라는 설명으로 끝을 맺었다.(SBS ‘TV 동물농장’ 630회, 2013. 9. 1.)
결국 자신만의 시간과 공간이 필요했던 공주는 자신이 원하지 않을 때에도 계속되는 주인의 애정 표현에 괴로웠던 것이다. 나는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사람과 개가 얼마나 비슷한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는 각자 다른 성향을 가지고 있다. 내향성을 가진 사람은 반드시 자신만의 시간과 공간이 있어야 힘을 받으며, 외향성을 가진 사람은 오히려 사람들을 만나며 힘을 받는다. 성향 자체는 선과 악의 문제가 아니기에 판단의 대상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는 자신의 성향을 기준으로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려는 경향이 있다. 함께 잘 지내면서도 때론 자신만의 시간과 공간이 필요한 사람이 있는데 외향성의 사람은 계속 함께 있고자 한다. 그러면서 자신의 방식대로 상대방을 사랑하며, 내가 기분이 좋으면 상대방도 좋아야 하고 내가 기분이 좋지 않으면 상대방도 좋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곤 한다. 아마도 주인에게 받은 공주의 스트레스도 바로 이것일 것이다.
그렇다고 내향성 100프로, 외향성 0프로인 사람과 내향성 0프로, 외향성 100프로인 사람으로 이분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내향성 70프로, 외향성 30프로처럼 사람마다 다르며, 또 같은 사람도 상황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러기에 사람 관계에서는 서로에게 가장 적당한 거리가 늘 있다. 그것은 한 사람과의 관계가 다른 모든 사람들과의 관계와 같지 않은 것처럼 사람마다 다르다. 그러기에 모든 사람들은 서로 가장 좋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거리가 있으며, 그보다 가까우면 버겁고 멀면 소원해지는 것이다. 그 거리를 찾아야 한다. 그것은 일반 사회관계에서도 부부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서로의 적정 거리를 찾아 지켜야 한다. 함께한다는 것은 완전히 밀착하여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 된 목적과 공간에 서로 함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말 사랑한다면, 적정 거리를 지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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