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성 자료

色卽是空 空卽是色(색즉시공 공즉시색): 일상의 삶이 곧 진리의 삶

by 손우배 2006. 1. 9.
色卽是空 空卽是色. 불교의 핵심 경전인 반야심경(般若心經)에 나오는 이 구절은 너무나도 잘 알려진 구절인 동시에 매우 난해한 그러면서도 불교의 사상을 가장 압축적으로 잘 설명해주고 있는 유명한 구절이다. 여기서는 이 구절을 심도 있게 논하기 보다는 그리스도교 입장에서 그리고 우리가 논하고자 하는 ‘평신도 영성’의 관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우선 이 구절은 앞서 “반야심경의 空에 나타난 존재론”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色이 곧 空이요, 空이 곧 色이라는 것으로, 空과 色을 무차별 동일성에서 파악하는 것이다. 이것은 현상(色)과 본질(空)의 세계를 동일하게 보는 것으로, “일상의 삶이 곧 진리의 삶이요, 진리의 삶이 곧 일상의 삶이다”라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것을 어떻게 그리스도교 관점에서 받아들일 수 있는가? 우리는 하느님을 절대적이고 무한하신 분이라고 말한다. 즉 그 분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신 무한하고 절대적인 존재이시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런 무한하고 절대적인 하느님의 영역 밖에 세상이 있고 인간이 있다고 말할 수 있는가? 그렇다면 무한하고 절대적이라는 표현은 그 자체로 모순을 갖게 된다. 따라서 인간과 세상 그리고 우리의 모든 일상의 삶은 당연히 무한하고 절대적이신 하느님 안에 있어야만 한다. 그 분을 떠나서는 우리의 존재 자체가 무의미하고 또 존재할 수도 없는 것이다. 그것은 곧 우리의 인류 전체의 역사와 개개인의 구체적인 삶은 바로 무한하고 절대적인 하느님 안에 존재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우리의 삶은 곧 하느님 전체 역사 안에 포함 되어 있으며 따라서 우리의 역사는 곧 하느님의 역사인 것이다.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하느님의 역사 책 안에는 인류 전체의 역사가 기록 되어 있다. 따라서 그 책 안에는 당신의 역사가 한 줄 아니 한 문단 정도쯤 기록되어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구체적인 우리의 역사 안에 현존하시는 하느님을 찾을 수 있어야 하며, 바로 일상의 우리의 삶이 곧 하느님의 역사라는 다시 말해 일상의 삶이 곧 진리의 삶이요 진리의 삶이 곧 일상의 삶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이것은 바로 일상의 삶과 하느님과 분리된 것이 아님을, 일상의 삶과 진리가 분리된 것이 아님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일상의 삶이 곧 진리의 삶이요, 진리의 삶이 곧 일상의 삶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들은 하느님이라는 바다 속의 기포와 같은 존재들이라고 말할 수 있다. 기포는 물속에서 한 형태를 갖고 있지만 물을 떠나서는 의미가 없는 허무한 존재이며, 언제든 거대한 바다 물결에 의해 그 형태를 잃을 수도 있는 존재이다. 하지만 기포는 물속에서 형태를 갖으며 또 자유의지를 갖고 존재한다. 따라서 오늘 하루 우리의 삶은 성령의 바다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성령의 바다 속에서 우리는 오늘 하루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관계를 형성하며 또 일상의 일들을 하고 많은 사건과 일들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모든 것 안에서 하느님을 찾아 살아가야 하는 것이다.(Finding God in All Things.)

인도 고대 철학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세상을 초월해서가 아니라, 세상을 통하여 진리의 세계로 나아가는 것이다”라고. 그렇다. 우리가 진리를 찾기 위해 세상을 떠나는 것은 무의미한 것이다. 바로 그 세상 안에서 진리를 찾아야 하는 것이다. 언제인가 나는 진리를 찾아 내가 있던 자리를 떠났다. 한참을 방황한 후 어느 날엔가 “아, 이곳에 진리가 있구나.”라는 조그마한 깨달음을 얻은 후 주위를 살펴보니 내가 진리를 찾아 떠나갔던 바로 그 자리에 내가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 실상 우리가 道를 찾아 세상을 떠나도 우리는 결국 어느 곳에서든 일상의 삶을 살아야만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일상의 삶을 떠나서는 아무 곳에서도 참된 진리의 세계를 찾을 수 없다. 그것은 좀 더 구체적으로 오늘 하루 나의 삶을 떠나서는 어느 곳에서도 진리를 만날 수 없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결국, 오늘 하루 우리가 만나게 되는 모든 일상의 삶 안에 참된 진리가 있는 것이며, 진리가 곧 오늘 하루 우리가 만나게 되는 모든 일상의 삶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