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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의 노래

시간이 멈추는 곳에서

by 손우배 2005. 9. 6.

어둠은 짙은 안개와 함께  나를 잠재우고 있다.  이 이방인은 이 밤도 홀로이 외로운 길을 그저 쓸쓸히 걸어야만 하는가.  어느 암흑가에 그려진 한점.  아무도 보아주지 않고, 또 볼 필요도 없을 어느 검은 빛의 한점.  그 어둠 속에서 그려지는 한폭의 자화상.  어둠의 별 빛 속으로 사라지는 모습.  가거라 그리고 영원히 돌아오지 말아다오.  폐색된 너의 인생을 다시 목놓아 부르지 말아라.  아무도 너의 사라짐에 슬퍼할 사람은 없다.  현실이란 이질적인 틀 속에서 너는 방황해야 하느냐.  악마의 흐느낌이 나를 미소 짓게하고, 그들은 지금 광란의 춤을 추고 있다.  그토록 발버둥쳤던 그의 모습이 한낱 돈키호테의 연극이었음을 그는 씁슬한 미소로 지우려하고 있다.  순간의 존재에 무너져 내리는 슬픔을 느끼고, 공간 속의 작은 한 점이 되어 침몰하고야마를.

 

별 빛이 모두 쏟아진 아무것도 없을 어두운 허공에 그는 외쳐본다.  이상에게 날개를 달아주자.  영원히 날을 수 있도록 날개를 달아주자.  불완전한 틀 속에 난 지치고 다음 순간을 잇기위해 난 수없이 발악했지.  폐수 속에서 영원히 헤어나지 못할 인간.  무엇을 찾으러 이곳에 왔는지.  인간은 발버둥치며 소리높여 외치고 있다.  필요없을 인간.  썩어가는 폐수 속에 영원히 잠겨 버려라.  그리고 너의 자취조차 찾지 말아다오.  또 그럴 필요도 없을.

 

인간에게 영원한 저주를.  가식이라는 틀 속에서 자신의 삶을 증오하고, 스스로 위선으로 장식하고는 그 표정 속에서 저주를 뿜어내고 있는 가엾을 인간들.  그들은 그들이 만든 틀 속에 즐거움과 처절한 슬픔을 공존시키고 있다.  어리석은 인간들.  그리고 그들이 이끌어가는 놀이.  이 지루한 삶을 지탱하기 위하여 그들과 같이 검은 가면을 썼어야 했을 인간.

 

아픔은 진실의 뜨락.  석양 빛 검은 구름은 아름다워 보이고, 여름 해변가에 그려진 나의 이름 석자가 지금은 파도에 밀려 사라졌을.  허우적거리는 인간들.  죽음의 순간은 흐르고 시간은 멈추었다.  어둠이 떨어진다.  또 한 인간이 사라져간다.  조락에 파묻히는 잃었던 전설.  너무나도 지루한 밤.  사슴은 이밤도 끝없을 암흑 속을 걷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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