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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망 속에서도 평화를 누리는 이

손우배 2006. 8. 11. 15:28

예수회 김형철 수사

 

수도생활하면서 이전보다 자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병고, 경제적인 어려움, 더 이상 꿈같은 것은 없다고 사람들을 현실 속으로만 세차게 몰아대는 세상 속에서의 목마름... 그 사람들에게 단비 같은 희망을 전해주고 싶지만 제 안에는 아직 그 만큼의 희망이 없음을 실감합니다.

얼마 전 ‘동아시아 및 오세아니아 지역구’ 예수회 총장 보좌 신부님이 한국을 공식 방문하셨습니다. 저희 공동체에도 들리셨는데 식사 후에 잠깐 신부님의 삶을 나눠주셨습니다.

신부님은 베트남이 공산화되기 직전 아루페 전 예수회 총장 신부님의 요청으로 베트남에 파견되셨고 결국은 9년 동안 감옥에서 지내셔야 했습니다. 감옥에 계시는 동안 만레사에서 이냐시오 성인이 하셨던 것처럼 하루에 7~8시간씩 기도하시고 저술도 하셨다고 합니다. 어느 날 감옥에 있던 공산당원이 신부님께 말했습니다. “당신이 그렇게 많이 기도하는데, 그게 무슨 소용이냐. 당신은 여전히 풀려나지 않고 감옥에 있지 않느냐?”라고 말입니다. 신부님은 그 사람에게 대답하셨습니다. “나는 감옥에서 풀려나기를 기도한 것이 아닙니다. 다만 예수님의 품안에 있기를 기도하였습니다.” 신부님은 감옥에서 하느님을 부정하며 신부님을 공격적으로 대하는 공산당원들에게 아주 부드럽게 하느님에 대해 말씀하셨고 점차 그들과 친구가 되었다고 합니다. 당신의 말씀대로 ‘감옥에 파견’되어 복음을 전하셨던 것입니다.

신부님의 말씀에는 예수님과 함께 고통을 살아 낸 이만이 줄 수 있는 생명이 있었습니다. 절망 속에서도 평화를 누리는 이 기쁜 소식이 우리 안에서 더욱 커질 수 있도록, 어머니 품에 안긴 아기처럼 언제나 예수님과 아픔과 바램을 나누며 진실을 찾아갈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