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모음
한 공중화장실 청소원의 행복
손우배
2006. 3. 18. 16:02
이 글은 MBC 라디오 “여성시대(오전 9시-11시)”에서 방송된 서울 마장동에 계신 김희옥님의 사연입니다.
나는 우선 내 힘으로 일할 수 있는 일터가 있어 좋다. 나는 지금 내가 구청 청소과에서 공공근로로 있으면서 어린이공원 공중화장실 청소하는 일을 할 수가 있어 좋다. 내 힘으로 필요한 돈을 벌어 쓸 수 있어 참 좋고 행복하다. 지금 내가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나에게는 기적이다. 9년 전에 나는 전신마비 환자였다. 그래서 나는 가족들의 손과 발을 빌려서 하루하루 누워서 살아야했다. 그렇게 병원과 집을 오고가며 5년 동안 방안에 누워있었다. 그러다보니 병원비로 가산을 다 탕진하고 어렵게 마련한 집까지 팔고 말았다. 현재 나는 하반신 부분 마비장애와 대소변장애로 2급 장애인 판정을 받았다. 그래서 지금 내가 화장실 청소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기적과도 같다. 나는 대소변 장애가 심해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화장실 청소를 할 수 있게 되어 정말 좋다. 언제든지 대소변을 마음 놓고 보면서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나는 너무너무 좋다. 육체적으로는 조금 힘들지만 정신적으로 나는 너무 행복하고 좋다. 내가 병원비로 재산을 다 탕진하여 지금 가난하게 되었어도, 내게 지금 가난한 것은 비극이 아니라 가난한 것을 이기지 못하는 것이 비극이라는 말이 나의 삶에 큰 힘이 되었다.
나는 땀을 흠뻑 흘리면서 화장실 청소를 하고난 뒤, 깨끗해진 화장실과 내 얼굴에 송골송골 맺혀진 땀방울이 참 보기 좋다. 나는 이렇게 청소를 해 놓고, 앉아서 쉴 수 있는 화장실 옆 작은 휴게소가 있어 더 좋다. 그곳에서 쉬는 동안 나는 좋아하는 책을 읽을 수 있어 좋고, 일회용 커피를 타 마실 때 커피 향기도 나는 좋다. 무엇보다 나는 이렇게 일을 해서 번 돈으로 내 병원비와 약값을 낼 수가 있고, 사랑하는 남편과 아들에게 작은 선물이라도 마음 편하게 할 수 있는 삶의 여유가 생겨 참 행복하고 좋다. 우리 세 식구가 함께 살 수 있는 15평짜리 전세방이 있어 좋고, 내가 좋아하는 화분들을 놓을 수 있는 공간에 빛이 잘 들어오는 창문이 있어 좋고, 우리 세 식구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현관문이 따로 있어 나는 좋다.
나는 계곡을 흐르는 물과 새소리를 좋아한다. 나는 먼지가 날리는 비포장 길 걷기를 좋아한다. 나는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와 동네에 핀 봄꽃들을 좋아한다. 이곳 어린이공원 담장에 수줍게 얼굴을 내밀다가 이번에 갑자기 찾아온 추위에 화들짝 놀라 움츠린 개나리 꽃잎을 나는 손가락 끝으로 살며시 만져봤다. 내 손가락 끝에 느껴지는 그 촉감은 21년 전 내가 우리 아들을 처음으로 만졌을 때의 촉감처럼 아주 여리고 부드러웠다. 가을에는 골짜기마다 단풍이 찬란한 풍경을 보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그냥 그대로 서서 그저 바라만 봐도 좋다. 나는 유행가 노래를 즐겨 듣는다. 나는 청계천 산책로에 있는 갈대에 부는 바람소리를 좋아한다. 지난 1월 아들과 함께 청계천에서 산책을 하다가 발길을 멈추고 한참이나 나를 서있게 했던 물 흐르는 소리를 나는 좋아한다. 나는 젊은 우리 아들의 웃는 얼굴과 웃음소리를 좋아한다.
나는 지금 비록 장애인으로 살고 있지만 내 힘으로 집안일도 할 수 있게 되었고 이렇게 공공근로로 공중화장실 청소까지 할 수 있어서 나는 정말 행복하고 좋다. 나의 생활을 구성하는 모든 작고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한다. 나는 많은 이들을 좋아하며 아무도 미워하지 않고 남편과 아들을 끔찍이 사랑하며 살고 싶다. 나에게 한 가지 소망이 있다면 지금 하고 있는 공공근로 일을 건강이 허락되는 한 꾸준히 하고 싶다. 나는 이 작은 소망이 꼭 이루어지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한다. (MBC 라디오 “여성시대” 2006.3.17.)
나는 우선 내 힘으로 일할 수 있는 일터가 있어 좋다. 나는 지금 내가 구청 청소과에서 공공근로로 있으면서 어린이공원 공중화장실 청소하는 일을 할 수가 있어 좋다. 내 힘으로 필요한 돈을 벌어 쓸 수 있어 참 좋고 행복하다. 지금 내가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나에게는 기적이다. 9년 전에 나는 전신마비 환자였다. 그래서 나는 가족들의 손과 발을 빌려서 하루하루 누워서 살아야했다. 그렇게 병원과 집을 오고가며 5년 동안 방안에 누워있었다. 그러다보니 병원비로 가산을 다 탕진하고 어렵게 마련한 집까지 팔고 말았다. 현재 나는 하반신 부분 마비장애와 대소변장애로 2급 장애인 판정을 받았다. 그래서 지금 내가 화장실 청소를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기적과도 같다. 나는 대소변 장애가 심해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화장실 청소를 할 수 있게 되어 정말 좋다. 언제든지 대소변을 마음 놓고 보면서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나는 너무너무 좋다. 육체적으로는 조금 힘들지만 정신적으로 나는 너무 행복하고 좋다. 내가 병원비로 재산을 다 탕진하여 지금 가난하게 되었어도, 내게 지금 가난한 것은 비극이 아니라 가난한 것을 이기지 못하는 것이 비극이라는 말이 나의 삶에 큰 힘이 되었다.
나는 땀을 흠뻑 흘리면서 화장실 청소를 하고난 뒤, 깨끗해진 화장실과 내 얼굴에 송골송골 맺혀진 땀방울이 참 보기 좋다. 나는 이렇게 청소를 해 놓고, 앉아서 쉴 수 있는 화장실 옆 작은 휴게소가 있어 더 좋다. 그곳에서 쉬는 동안 나는 좋아하는 책을 읽을 수 있어 좋고, 일회용 커피를 타 마실 때 커피 향기도 나는 좋다. 무엇보다 나는 이렇게 일을 해서 번 돈으로 내 병원비와 약값을 낼 수가 있고, 사랑하는 남편과 아들에게 작은 선물이라도 마음 편하게 할 수 있는 삶의 여유가 생겨 참 행복하고 좋다. 우리 세 식구가 함께 살 수 있는 15평짜리 전세방이 있어 좋고, 내가 좋아하는 화분들을 놓을 수 있는 공간에 빛이 잘 들어오는 창문이 있어 좋고, 우리 세 식구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현관문이 따로 있어 나는 좋다.
나는 계곡을 흐르는 물과 새소리를 좋아한다. 나는 먼지가 날리는 비포장 길 걷기를 좋아한다. 나는 아이들의 해맑은 웃음소리와 동네에 핀 봄꽃들을 좋아한다. 이곳 어린이공원 담장에 수줍게 얼굴을 내밀다가 이번에 갑자기 찾아온 추위에 화들짝 놀라 움츠린 개나리 꽃잎을 나는 손가락 끝으로 살며시 만져봤다. 내 손가락 끝에 느껴지는 그 촉감은 21년 전 내가 우리 아들을 처음으로 만졌을 때의 촉감처럼 아주 여리고 부드러웠다. 가을에는 골짜기마다 단풍이 찬란한 풍경을 보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아 그냥 그대로 서서 그저 바라만 봐도 좋다. 나는 유행가 노래를 즐겨 듣는다. 나는 청계천 산책로에 있는 갈대에 부는 바람소리를 좋아한다. 지난 1월 아들과 함께 청계천에서 산책을 하다가 발길을 멈추고 한참이나 나를 서있게 했던 물 흐르는 소리를 나는 좋아한다. 나는 젊은 우리 아들의 웃는 얼굴과 웃음소리를 좋아한다.
나는 지금 비록 장애인으로 살고 있지만 내 힘으로 집안일도 할 수 있게 되었고 이렇게 공공근로로 공중화장실 청소까지 할 수 있어서 나는 정말 행복하고 좋다. 나의 생활을 구성하는 모든 작고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한다. 나는 많은 이들을 좋아하며 아무도 미워하지 않고 남편과 아들을 끔찍이 사랑하며 살고 싶다. 나에게 한 가지 소망이 있다면 지금 하고 있는 공공근로 일을 건강이 허락되는 한 꾸준히 하고 싶다. 나는 이 작은 소망이 꼭 이루어지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한다. (MBC 라디오 “여성시대” 2006.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