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자료

모세에게 드러내신 당신의 이름

손우배 2006. 1. 9. 17:29
출애굽기 3장을 보면 모세가 하느님의 부르심을 받는 장면이 나온다. 하느님께서는 이 장면에서 모세에게 에집트로 가서 고통 받고 있는 당신의 백성을 구출하라는 사명을 주신다. 이에 모세가 “제가 무엇인데 감히 파라오에게 가서 이스라엘 백성을 에집트에서 건져 내겠습니까?”(11절)라고 묻자 하느님께서는 “내가 네 힘이 되어 주겠다”(12절)라고 말씀하신다. 이에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이 누가 나를 보냈냐고 보내신 분의 이름을 묻는다면 어찌 대답해야 하는가를 묻자, 하느님은 “나는 곧 나다”, “나를 너희에게 보내신 분은 나다라고 하시는 그다”(14절)라고 말씀하신다. 여기서 하느님께서 드러내신 당신의 이름 “나는 곧 나다”는 어찌 보면 존재론적인 측면이 강하게 느껴진다. 이는 있음 그 이상의 아무런 설명도 필요 없는 그러한 있음 그대로 이신 분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공동번역의 표현이 아닌 성서 원문을 중심으로 다른 영어 번역을 살펴보도록 하자.

14절b에서 “‘있는 나’께서 나를 너희에게 보내셨다(I AM who has sent me to you)"라는 것은 ”나는 있다(I am)", “나는 있을 것이다(I will be)" 또는 ”나는 그곳에 있을 것이다(I will be there)"로 번역된다. 즉, 하느님께서는 모세가 당신 백성들에게 자신의 사명을 이야기하고 에집트로부터 당신 백성을 구출하는 구체적인 미래의 역사 안에서 함께 하시고 행하시는 분임을 드러내신 것이다. 따라서 신학자 Von Rad는 이 구절이 ‘현존하시는 분(being present)" 또는 “그곳에 함께하시는 분(being there)"으로 번역되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 드러내신 당신의 이름은 절대적 존재에 대한 의미 보다는 구체적으로 우리의 역사와 ’관계‘하고 계신 분의 의미로 받아들여야 한다. 즉 ”나는 그곳에 너희를 위해 있겠다(I will be there for you)“라는 뜻으로 받아 들여져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우리의 구체적 역사와의 ’관계‘는 ”내가 그 곳에 있다(I am there)", “내가 그 곳에 너희를 위해 있겠다(I am there for you)" 또는 ”내가 너희를 돕기 위해 그 곳에 있을 것이다(I will be there to help you)“를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14절a는 "나는 있는 바로 그이다(I am who I am)" 또는 “나는 있을 바로 그이다(I will be who I will be)"로 번역되어져야 한다. 이것을 12절의 하느님의 성스러운 도움을 보증하는 "내가 너와 함께 있을것이다(I will be with you)"와 같은 맥락에서 번역한다면, 하느님 이름은 구체적인 우리의 역사적 안에 현존하시며 당신 스스로를 드러내시는 분으로 번역되어져야 한다. 즉 ”나는 미래의 나의 행위에서 나의 자유의지와 너희를 향한 사랑의 열정으로 너희와 함께 있을 그“라고 하느님께서는 당신의 이름을 드러내셨던 것이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이름은 구체적으로 우리의 역사 안에서 현존하시며 활동하시는 분이라는 의미이다. 즉 하느님은 현재와 미래의 우리 역사 안에서 그분의 결정적인 현존을 드러내시는 분이라는 뜻으로 당신의 이름을 말씀하신 것이다. 따라서 출애굽기에서의 하느님 이름은 에집트로부터의 이스라엘 구원과 관련이 있지만, 이것은 비단 출애굽에 국한되기 보다는 좀 더 일반적인 의미에서 “내가 그곳에 있을 것이다(I will be there)" 또는 ”내가 행할 것이다(I will act)"를 의미하는 것으로서, 이 이름은 하느님께서 우리의 역사 안에서 구체적으로 현존하시고 활동하시는 분임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이 이름은 오늘 우리가 만나게 되는 모든 사건들과 사람들 안에서 즉 우리들의 구체적인 역사 안에 현존하시고 활동하시는 하느님을 의미하는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지금 하느님을 뵈옵고 당신은 누구시냐고 묻는다면, 그 분은 또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실 것이다. “나는 너희들의 구체적인 삶 속에서 늘 너희와 함께 하면서, 너희를 위해 항상 일하는 그다”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