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자료

일상 삶 안에서의 하느님 계시 (Revelation)

손우배 2006. 1. 9. 17:18
가톨릭을 흔히 계시 종교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계시란 무엇일까? 계시는 한마디로 하느님께서 당신의 은총 안에서 우리 인간들에게 당신 스스로를 드러내시며 인간과 함께 대화하시는 것(Self communication to man in His Grace)을 말한다. 그러므로 계시란 하느님께서 당신의 사랑으로 말미암아 자유롭게 당신의 뜻을 인간들에게 드러내시는 것이다.

구약성서는 하느님께서 예언자들을 통해 당신의 백성인 이스라엘에게 당신을 드러내신 역사를 성서 편집자들에 의해 정리되어 오늘날까지 우리들에게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무엇보다도 성서가 언제 어떻게 씌어졌는가에 주목해야 한다. 성서는 바빌론 유배 이후 이스라엘 백성들이 자신들의 지나온 역사를 신앙의 관점에서 재조명하며 정리하여 기록한 것이다. 다시 말해 그것은 바로 신앙의 눈으로 지나온 자신들의 과거를 성찰하며 기록한 것이다. 여기에 우리의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자신의 삶을 신앙의 관점에서 성찰하고 재조명하면서 우리의 역사 안에 구체적으로 현존하시는 하느님의 뜻을 찾아 나서는 것이다. 이스라엘 백성 역시 그들의 역사 안에 구체적으로 현존하시는 하느님의 뜻을 이렇듯 성서를 정리하면서 성찰하였던 것이다. 우리 역시 우리의 하루 삶 속에 구체적으로 현존하시는 하느님의 뜻을 찾아 성찰하는 삶을 산다면, 그것이 바로 구약성서 편집자들의 삶을 우리도 함께 사는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세상과 단절되어 계신 분이 아니라 끊임없이 자신의 현존과 인간들에 대한 관심을 우리들에게 드러내시고 계신 분이다. 바로 우리의 구체적인 삶의 현장을 통해서 당신 스스로를 드러내신다. 그러므로 우리 삶의 현장은 결코 하느님과 단절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끊임없이 하느님께서 자신을 드러내시고 우리와 대화를 나누시는 場(장)인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우리 일상의 삶을 신앙의 눈으로 성찰하고 바라본다면 하느님께서 당신 자신을 우리들 각자에게 드러내시고 또 끊임없이 부르시고 말씀하시는 하느님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곧 예언자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이며, 예언자의 눈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다. 성서의 예언자들도 자신들의 경험을 바로 이러한 신학적 성찰을 통해 받아들이며 하느님의 뜻을 찾았다. 예언자들은 자신이 일상에서 접하게 되는 모든 현상들을 그 현상 자체에 머물지 않고 그 현상 넘어 있는 보다 본질적인 의미를 찾고 깨달았다. 따라서 이러한 예언자들에게는 일상의 삶이 곧 하느님의 계시를 깨닫게 해주는 중요한 場(장)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하느님의 계시는 신앙적인 눈을 가지고 성찰하는 사람에게만 의미가 있는 것이다. 우리가 우리의 삶을 신앙의 관점에서 계속 성찰하며 하느님의 뜻을 찾아 나서고 일상의 삶 그 자체에 머물지 않고 그 현상 넘어 있는 의미를 찾아 나선다면 우리의 삶이 곧 예언자의 삶이 되는 것이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구체적인 역사 안에서, 즉 우리의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삶 안에서 끊임없이 자신을 드러내고 계시며, 이것은 우리가 신앙적인 눈으로 바라볼 때에만 우리에게 의미가 있다. 그러한 성찰이 없다면 우리의 일상 삶은 그저 하느님과 단절된 삶으로 지나가 버리고 말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 우리 각자의 삶 안에서 즉 우리가 구체적으로 만났던 사람들과 사건들 안에서 하느님께서는 어떻게 당신을 우리들에게 드러내 보이셨으며, 또 그 안에 담긴 의미는 무엇이고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하시는 말씀은 무엇이었는가를 성찰하여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