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의 노래

창문없는 집

손우배 2005. 9. 6. 11:16

굳게 막혀진 육면체의 상자 속에서 나는 또 구르기 시작한다.

보이는 것은 모두 벽뿐이다.  도대체 누가 나를 이 곳에 가두어 놨을까?

버려진 인간.  도시의 그늘에서 꺼져가고 있는 생명.  목적없이 구르는 삶.  가 버린 인간들.

어두운 골목에 혼자 남아 작은 조각을 줍고 있는 나.

나는 낡아빠진 나무조각으로 작은 나의 집을 짓는다.  기둥을 세우고, 막대기를 그 위에 얹고,

나는 창문 없는 집을 짓는다.

자그마한 바람에 기둥이 흔들리고...

나는 초석을 만들지 못한다.  그저 바닥 위에 나무 토막을 세워 놓을 뿐이다.

무너지면 또 짓고...

내 모습을 지울 수 있는 지우개를 찾아보자.  이어지는 순간들을 나는 자르지 못한다.

말할 수 없는 진실.  어두운 도시.  반겨줄이 없는 이방인.  필요치 않은 시간의 흐름.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싶다.

깊은 땅 속에 파묻혀 일어설 수 없는 인간.

주님, 왜 당신은 아무 말씀없이 보고만 계십니까?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