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의 노래

거울 속의 만남

손우배 2005. 9. 6. 11:02

누구일까?  낯 익은 얼굴인데.  어디서 저 사람을 보았을까?

어두운 도시의 뒤를 흐르고 있는 개천가에서,

버려진 쓰레기 속의 악취에서,

건물을 헐고 있는 어느 공사판에서,

광장을 가득 메운 그저 평범한 인간들 중에서,

아니면 어느 모노 드라마에서,

그도 아니면 꿈 속에서...

왜 아무 말이 없을까?  그는 말을 할 줄 모르나.  무엇인가 말을 하려하는데 무슨 소리인지 들리지 않어.

다가가서 손을 내밀어 볼까?  아니야, 그럴 필요 없어.  손을 내려.

저 사람을 봐.  나를 쳐다보고 있어.

놀랜 듯한 모습인데?  나를 알고 있나?  저 사람도 어디서 나를 보았을까?

그럴 리가 없어.  내가 어디서 저토록 초라한 모습의 인간을 만났단 말인가.

뒤 돌아서서 갈까?  헌데, 왠일인지 저 사람의 모습은 나의 마음 속까지 와 닿는단말이야.

아니야, 그저 어디서 한번쯤 본 사람 이겠지.

그래도 꼭 그렇지만은 아닌 것 같은데.  누구일까?

왜 저 사람은 저런 누더기 옷을 걸치고 있지?

옷에는 온갖 쓰레기가 묻어있고, 저 옷마저 다 낡아 버렸는데.

내 옷을 벗어줄까?  아니야 그럴 필요는 없어.

저 사람은 또 무엇에 시달렸기에 저토록 초췌한 모습일까?

옷에 눈이 묻어있네.  신발을 봐.  눈 속을 걸어온 신발이야.

그래 저 사람은 아마도 눈보라 속을 걸어온 사람인가봐.

어쩌면 저 인간은 저토록 외로워 보이는 것일까?  그의 주위엔 아무도 없나?

그렇다면 그 어둡고 추운 눈보라 속을 혼자 걸어왔단 말인가?

아니야, 저 사람에겐 혼자가 어울려.  지금의 저 모습이 어울려.

어느 누구가 저런 초라한 모습의 인간에게 가까이 다가가겠는가.

헌데 저 모습을 봐.  너무나도 비참한 모습이야.

이 세상 모든 슬픔을 혼자 간직한체 지칠데로 지친 저 모습은 아마도 쉴 곳을 찾고 있는 듯 싶은데.

혹, 정신병원에서 뛰쳐나온 사람은 아닐까?

아무튼, 이제 뒤돌아 서서 가자.  이런 인간과 마주보고 있을 시간은 없다.

하지만, 이대로 지나치기엔 다시 뒤돌아 보게하는 저 모습.

이름이라도 물어볼까?  그래 물어보자.

당신 이름이 뭐요?  당신 이름이 뭐요?  아니 내게 되 묻고 있네...

나는 아무개요.  나도 아무개요.

나는 울부짖는다.

아니 당신이 왜 내 이름을 갖고 있소.  그건 내 이름이요.  돌려주시요.

내 눈에도 그의 눈에도 이미 눈물이 고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