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속의 만남
누구일까? 낯 익은 얼굴인데. 어디서 저 사람을 보았을까?
어두운 도시의 뒤를 흐르고 있는 개천가에서,
버려진 쓰레기 속의 악취에서,
건물을 헐고 있는 어느 공사판에서,
광장을 가득 메운 그저 평범한 인간들 중에서,
아니면 어느 모노 드라마에서,
그도 아니면 꿈 속에서...
왜 아무 말이 없을까? 그는 말을 할 줄 모르나. 무엇인가 말을 하려하는데 무슨 소리인지 들리지 않어.
다가가서 손을 내밀어 볼까? 아니야, 그럴 필요 없어. 손을 내려.
저 사람을 봐. 나를 쳐다보고 있어.
놀랜 듯한 모습인데? 나를 알고 있나? 저 사람도 어디서 나를 보았을까?
그럴 리가 없어. 내가 어디서 저토록 초라한 모습의 인간을 만났단 말인가.
뒤 돌아서서 갈까? 헌데, 왠일인지 저 사람의 모습은 나의 마음 속까지 와 닿는단말이야.
아니야, 그저 어디서 한번쯤 본 사람 이겠지.
그래도 꼭 그렇지만은 아닌 것 같은데. 누구일까?
왜 저 사람은 저런 누더기 옷을 걸치고 있지?
옷에는 온갖 쓰레기가 묻어있고, 저 옷마저 다 낡아 버렸는데.
내 옷을 벗어줄까? 아니야 그럴 필요는 없어.
저 사람은 또 무엇에 시달렸기에 저토록 초췌한 모습일까?
옷에 눈이 묻어있네. 신발을 봐. 눈 속을 걸어온 신발이야.
그래 저 사람은 아마도 눈보라 속을 걸어온 사람인가봐.
어쩌면 저 인간은 저토록 외로워 보이는 것일까? 그의 주위엔 아무도 없나?
그렇다면 그 어둡고 추운 눈보라 속을 혼자 걸어왔단 말인가?
아니야, 저 사람에겐 혼자가 어울려. 지금의 저 모습이 어울려.
어느 누구가 저런 초라한 모습의 인간에게 가까이 다가가겠는가.
헌데 저 모습을 봐. 너무나도 비참한 모습이야.
이 세상 모든 슬픔을 혼자 간직한체 지칠데로 지친 저 모습은 아마도 쉴 곳을 찾고 있는 듯 싶은데.
혹, 정신병원에서 뛰쳐나온 사람은 아닐까?
아무튼, 이제 뒤돌아 서서 가자. 이런 인간과 마주보고 있을 시간은 없다.
하지만, 이대로 지나치기엔 다시 뒤돌아 보게하는 저 모습.
이름이라도 물어볼까? 그래 물어보자.
당신 이름이 뭐요? 당신 이름이 뭐요? 아니 내게 되 묻고 있네...
나는 아무개요. 나도 아무개요.
나는 울부짖는다.
아니 당신이 왜 내 이름을 갖고 있소. 그건 내 이름이요. 돌려주시요.
내 눈에도 그의 눈에도 이미 눈물이 고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