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묵상

참 행복(마태오 5:1-12)

손우배 2009. 11. 7. 17:38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군중을 보시고 산으로 오르셨다. 그분께서 자리에 앉으시자, 제자들이 그분께 다가왔다. 예수님께서 입을 여시어 그들을 이렇게 가르치셨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가난한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행복하여라, 슬퍼하는 사람들! 그들은 위로를 받을 것이다.

 

행복하여라, 온유한 사람들! 그들은 땅을 차지할 것이다.

 

행복하여라, 의로움에 주리고 목마른 사람들! 그들은 흡족해질 것이다.

 

행복하여라, 자비로운 사람들! 그들은 자비를 입을 것이다.

 

행복하여라, 마음이 깨끗한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을 볼 것이다.

 

행복하여라, 평화를 이루는 사람들! 그들은 하느님의 자녀라 불릴 것이다.

 

행복하여라, 의로움 때문에 박해를 받는 사람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

 

사람들이 나 때문에 너희를 모욕하고 박해하며, 너희를 거슬러 거짓으로 온갖 사악한 말을 하면, 너희는 행복하다! 기뻐하고 즐거워하여라. 너희가 하늘에서 받을 상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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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나는 행복한가? 행복하다면 왜 나는 행복한가? 어떤 이들은 가난한 사람과 병자들을 보고 즉 자신보다 못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보고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가를 생각하며 하느님께 감사한다고 말한다. 타인의 불행을 보고 자신의 행복을 느낀다는 것은 얼마나 잘못된 것인가! 그렇다면 불행을 겪고 있는 사람은 저주를 받은 것이고, 자신은 축복을 받은 것인가? 이것이 아니라면 지금 나는 왜 행복한가? 돈을 많이 벌어서? 하는 일이 모두 잘되어서? 자식들이 공부도 잘하고, 좋은 학교에 다니고 또 좋은 직장을 가져서? 아니면 가족들이 아프지 않고 모두 건강해서? 하지만 이런 것들은 예수님께서 오늘 복음에서 말씀하시는 행복의 조건에는 전혀 언급이 없다. 오히려 예수님께서는 고통을 받고 있으니, 지금 슬퍼하고 있으니, 네가 가난하니 행복하다고 말씀하고 계신다.

 

성경에서는 오늘 복음의 제목을 “참 행복”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나는 오늘 복음에서 언급하는 것들이 참 행복임에 동감할 수 있는가? 이는 복음에서 말하는 행복을 체험한 사람들만이, 들을 귀가 있는 사람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그러한 행복이다. 머리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그러한 기쁨인 것이다.

 

나는 입회 전 직장생활을 7년여 하며 나름대로 사회에서 자리를 잡고 지내다가 수도회에 입회하였다. 입회 후 내가 처음 맡았던 청소구역은 화장실이었는데, 나는 변기를 닦고 바닥을 청소하며 얼마나 큰 기쁨과 위안을 느꼈는지 모른다. 하지만 세상 사람들의 눈에는 멀쩡히 회사 잘 다니던 사람이 회사를 그만두고 수도회에 입회하여 화장실 변기를 닦으며 기쁨을 느꼈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그 기쁨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들은 그것을 동감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우리는 하느님께 그리고 타인에게 자신을 겸손하게 낮추면서 엄청난 위로와 평화를 얻을 수 있다. 이는 일상을 살아가면서 자신이 받게 되는 모욕과 멸시를 겸손하게 자신의 모습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것은 예수님께서 자신을 한없이 낮추셨기에 하느님께서 모든 이들 가운데 가장 뛰어난 이름을 주셨던 바로 그 예수님의 체험(필리피 2:6-11)으로, 이는 우리가 스스로를 낮출 때 하느님께서는 우리를 드높여주시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체험은 밭에 보물이 있다는 것을 알기에 세상 사람들이 뭐라고 하던 자신의 전 재산을 팔아 그 밭을 사는 사람만이 알 수 있을 것이다.(마태오 13:44)

 

세상은 고해(苦海)이다. 우리는 늘 마음의 평화를 찾아 나선다. 그때, 예수님께서는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마태오 11:28)”라고 말씀하신다. 이것은 우리가 세상의 고통 속에 머물지 말고 당신을 찾아 행복을 얻는 삶의 지혜를 말씀하시는 것이다. “참 행복”은 세상이 주는 평화가 아니라 바로 그리스도 안에서 평화를 얻는 것이다.(요한 14:27)

 

요한 바오로 2세 교황님께서는 파키슨 병으로 고통 속에 죽음을 맞이하면서도 “여러분, 저는 행복합니다. 여러분들과 제가 느끼는 이 행복을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라고 말씀하신 바로 그 행복인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인생의 고해 속에서 참으로 기도하여야할 것은 “제가 이 고통 중에서 벗어나게 하소서.”보다는 “주님, 제가 당신 안에 참 행복을 누리게 하소서.”인 것이다.

 

그리스도인들은 기본적으로 기쁨이 있어야 한다. 우리가 주님께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기쁘고 행복하다. 그러기에 우리가 주님을 사랑하고 찬미할 수 있는 것만으로 우리에게는 큰 기쁨이자 행복인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내가 그리스도인이기에 참으로 행복함을 느껴본 적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