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및 성찰
하느님의 성전
손우배
2007. 12. 23. 22:29
우리는 매 미사 중에 성체를 모시면서 주님께서 우리 마음에 오시기를 기도 드린다. 주님을 모시는 우리들은 주님께서 머무르시는 성전이라고 할 수 있다.
오래전 유신정권 아래 민주화운동이 사회전반에 일었던 시절 김수환 추기경님께서는 인간의 존엄성을 침범 받는 이들 편에 서시어 이런 말씀을 하셨다. "하다못해 명동성당 건물이 다른 이들에 의해 파괴가 된다면 우리는 그를 막기 위해 싸울 터인데, 하느님의 진정한 성전인 인간이 그 존엄성을 침범 받고 있는 이때에 어떻게 교회가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있는가!"라고.
그렇다. 예수님을 우리 안에 모시는 우리들은 예수님께서 거처하시는 진정한 성전인 것이다. 그래서 한 신부님께서는 우리들을 "움직이는 감실"이라고 표현하신 적이 있다. 이 세상에서 예수님을 처음으로 모신 사람은 성모님이셨다. 그분이야 말로 진정한 의미에서 예수님을 당신 마음에 모셨고 또 당신의 삶 전체를 예수님을 위해 봉헌하신 분이셨다. 그것은 곧 인류의 첫 영성체이었을 것이다.
프란치스꼬 성인께서는 "내 성전을 고쳐라."는 주님의 말씀을 듣고 처음에는 성당건물을 고치라는 말씀인줄 알고 열심히 건물을 수리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그 말씀이 당신이 거처하시는 바로 사람들 각자이었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우리 각자가 하느님의 성전이라는 것은 비유가 아니라 사실 그 자체이다. 따라서 예수께서는 바로 내 안에서 탄생하시는 것이며, 그분의 탄생으로 나는 주님이 계시는 거룩한 성전이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