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및 성찰

'예'와 '아니오'를 할 수 없는 사회

손우배 2007. 10. 23. 16:40

자신의 논문을 조작했던 황우석 사태는 우리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해 주었다. 처음 논문이 발표되었을 때 국민들은 그에게 열광했고, 앞으로 한국은 이 연구를 통해 엄청난 이득을 얻을 수 있으리라 잔뜩 기대하고 있었다. 누구 말대로 이때 대통령은 비난해도 황우석은 비난할 수 없는 분위기가 사회 전반에 깔려 있었다. 전 국민이 그를 지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럴 때 PD 수첩에서 황우석 교수의 줄기세포 연구가 허위라고 보도했을 때 MBC에 가한 국민적 비난은 걷잡을 수 없었다. 사실을 말할 수 없는 사회, 사실을 전해도 모두에게 지탄받고 매몰되는 사회 분위기가 고조되었다.

 

얼마 전 월드컵 스위스 전에서 패하며, 오프사이드 논란이 있었다. 모두들 오심이라며 분노하고 있을 때 오로지 SBS 해설자만이 상대의 골은 오프사이드 상태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나름대로의 소신과 전문가적 지식을 가지고 한 말 일 것이다. 물론 그것이 잘못될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는 그것이 옳은가 틀린가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말을 할 수 없는 사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결국 그 해설자는 국민정서에 반하는 이야기를 했다고 하여 월드컵 중도에 낙마하여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최근에 상영되었던 영화 디워(D-War)에 대해 비판적인 글을 올렸던 한 평론가가 네티즌들의 뭇매를 맞았던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우리가 우리 의견과 다르다고 상대를 매장하거나 마녀사냥식의 여론으로 몰고 가는 것은 지양하여야한다. 나와 다른 의견도 존중하며 경청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 사회는 '예'를 '예'라고 할 수 없고, '아니오'를 '아니오'라고 할 수 없는 왜곡된 사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