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성 자료

우리 인생의 "원리와 기초"

손우배 2006. 12. 12. 22:03
얼마 전 나는 텔레비전에서 아프리카의 한 분쟁지역 이야기를 보고 있었다. 자신들의 권력욕심을 내세워 민간인들을 학살하는 사람들과 그 두려움에 떨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아, 저 사람들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살아가고 있구나. 자신들의 역사를 만들고, 자신들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살아가고 있구나.” 사람들은 무엇인가를 이루려하고 또 그것을 향유하며 자신들의 욕망을 살아가곤 한다. 그것은 이 세상에서 바로 자신들의 역사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이 세상에서 “내 이야기를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의 이야기를 내가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세상이라는 무대 위에 선 사람들이 이 세상을 설계하고 대본을 쓴 작가의 이야기를 살지 않고 무대 위에서 계속 자신들의 이야기를 만들어 간다면, 세상 이야기는 뒤죽박죽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 이야기의 주인은 내가 아니라 그분이시다. 내 이야기를 써가는 것이 아니라, 그분의 이야기를 내가 살아가는 것이다. 따라서 나는 주인공이 아니며, 단지 그분의 이야기를 살아가는 조연일 뿐이다.

때로는 내가 구원투수로 세상이라는 무대에 내보내져 이 세상에서 해야 할 무언가가 있을 것이며 또 그분께서 내게 기대하시는 특별한 역할이 있듯이 우리는 작가가 써준 이야기를 이 무대에서 만들어 가야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의 인생은 내 삶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그분의 이야기를 내가 사는 것이다. 그분의 역사를 내가 엮어 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나 역시 그동안 작가의 이야기를 살지 않고, 내 이야기를 위해 살아오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이제 더 이상 무대 한 가운데서 내 이야기를 만들 것이 아니라 무대 뒤편으로 물러서고 그분을 앞으로 모시어야 하지 않을까? 사실 그동안 무대 위에서 내 이야기를 살려 하다 보니 더 세상을 아등바등 살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하지만 이제 그분의 삶을 내가 살아가야하지 않을까?(갈라티아서 2:20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시는 것입니다.”)

이것은 영신수련 23번 “원리와 기초”에 있는 “사람이 창조된 것은 우리 주 하느님을 찬미하고 경배하고 섬기며 또 이로써 자기 영혼을 구하기 위함이다.”라는 구절과 맥을 같이 한다. 사실 이러한 고백을 하기 위해서 우리는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라고 고백할 수 있는 겸손이 필요할 것이다.